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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진보로 쏠렸지만…오피니언리더, 보수성향 10배 강해

“경쟁은 좋다” 92%…일반인 36%와 큰 격차
사생활 보호엔 적극적…”정부가 복지 책임”

◆ 대한민국 이념지형 심층분석 ② / 매일경제·서울대 폴랩, 여론선도층 150명 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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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피니언리더들의 이념성향은 전체 유권자 평균보다 10배 정도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 국민의 경제적 이념성향이 급격히 좌클릭되면서 여론을 선도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오피니언리더들과 일반 국민의 이념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경제신문과 서울대 폴랩(Pollab) 한규섭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일주일간 국내 오피니언리더 1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오피니언리더의 성향 점수는 40점으로 나타났다.반면 지난달 29~30일 조사에서 나온 한국 일반 국민의 이념성향 점수는 4점으로 나타나 오피니언리더와 10배 차이를 보였다. 월드밸류서베이 조사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나온 미국 일반 국민의 성향 점수인 32점보다도 한국의 오피니언리더들은 보수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심층 이념 설문을 통해 정규분포곡선상의 중간값으로 대표되는 성향점수는 숫자가 클수록 보수 쪽에 가깝다. 극진보가 -100점, 극보수가 +100점, 중도가 0점으로 나타난다.

오피니언리더는 자신을 보수로 응답한 비율이 33.3%로 진보 21.7%보다 많았다. 반면 전체 국민은 보수 25.1%, 진보 21.7%로 차이가 작았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재산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론 선도층은 모든 나라가 보수 성향을 띤다”며 “하지만 대중과 이념이 지나치게 괴리되면 국민 통합에 장애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피니언리더와 일반 국민은 성공의 열쇠와 경쟁의 필요성에 대해 현격한 시각 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오피니언리더는 ‘열심히 일하면 삶은 윤택해진다’는 선택지에 83.3%가 찬성했으나 일반 국민은 59.5%에 그쳤다. 반면 ‘열심히 일한다고 성공하지 않고 운과 인맥에 좌우된다’는 선택지에 일반 국민은 40.5%가 지지했다. 오피니언리더는 성공의 열쇠를 노력으로 보지만, 대부분 국민은 이보다 운과 인맥을 성공의 지름길로 본 것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밝힌 “돈도 실력”이라는 말이 국민에게 큰 공감과 상처를 동시에 안겨준 이유다. 또 오피니언리더들은 ‘경쟁은 열심히 일하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킨다’는 선택지에 92.0%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일반 국민 36.1%만이 긍정적으로 본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개인 역량에 따라 성과급을 줘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선택지에 오피니언리더는 90.7%가 찬성했지만, 일반 국민은 67.3%가 찬성하는 데 그쳤다.

다만 ‘복지는 정부가 책임져야 하고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피니언리더와 일반 국민 모두 찬성해 컨센서스를 이뤘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복지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택지에 오피니언리더 76.7%는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전체 국민 75.5%가 찬성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고 복지의 그물망이 촘촘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복지 확충에 공감대가 확산한 것은 분배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라면서도 “무조건 부의 재분배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과 지속 가능한 복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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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오피니언리더는 전체 유권자보다 사생활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주목을 끈다. ‘한국 사회가 동성애를 허용해야 한다’는 설문지에 오피니언리더 53.4%는 긍정적으로 봤는데, 이는 일반 국민 가운데 34.4%만이 긍정적이었던 것보다 크게 높다.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경제와 사회 측면에서 국가가 세밀한 부분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그동안 강한 국가가 자리 잡았는데 정치적으로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오피니언리더 이념성향 조사에서 가장 진보 성향을 보인 집단은 관계 및 법조계로 나타났다. 전체 유권자의 이념성향을 ‘-100점(진보)~100점(보수)’으로 산출한 결과 재계는 42.3점, 문화계는 40.8점을 나타냈다. 재계와 문화계는 오피니언리더 평균보다 더 보수적인 집단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실시한 오피니언리더의 이념성향 조사는 모두 150명을 대상으로 서면으로 했다. 재계는 최고경영자(CEO) 부사장급 이상 79명, 관계는 고위 공무원(2급 이상) 및 로펌 대표급 법조인 23명 등을 대상으로 이념성향을 설문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