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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이념지형 심층분석 ① ◆

회사원 김 모씨(34)는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여자친구 이 모씨(30)와 싸웠다. 결국 김씨는 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면 안 된다며 전교조에 가입한다면 결혼할 수 없다는 이별 통보까지 감행해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김씨는 “종교가 다른 사람과는 결혼할 수 있어도 이념 성향이 뚜렷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상대편에 대한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어 좌우 간에 반목과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서울대 폴랩 한규섭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9~3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바라보는 감정 온도계는 냉랭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매일경제신문이 특정 이념에 대한 호감도를 0~100포인트로 점수를 매겨 달라고 설문한 결과 진보는 보수에 대해 24.24포인트라고 응답했다. 반면 진보에는 56.68포인트, 중도에는 41.83포인트를 매겨 대조를 이뤘다. 보수도 진보에 반감을 갖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수는 진보에 대한 애정을 21.85포인트, 보수에는 58.53포인트를 매겨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런 ‘감정의 골’은 한국인의 혼인 상황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보수와 진보 모두 상대편 이념의 배우자와 결혼한 비율이 상당히 낮았다. 기혼자 가운데 보수 성향끼리 결혼했다는 비율은 54.6%였다. 보수 성향 응답자가 중도인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비율도 32.9%에 달했다. 반면 보수 응답자가 진보 배우자와 결혼한 비율은 12.6%에 그쳤다.

같은 이념 성향의 배우자와 결혼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진보도 마찬가지였다. 진보 응답자 가운데 진보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비율은 48.2%를 차지했고, 중도와는 35.9%로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보수 배우자와 결혼한 진보 응답자는 15.9%에 그쳤다. 보수와 진보 모두 중도와는 결혼하지만 상대 진영과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반면 이념이 다르더라도 연애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혼 상대자가 아니라 연애만 할 때라면 이념이 달라도 큰 상관이 없다는 태도다. 이번 조사에서 진보 27.1%는 진보와 연애한다고 했지만 보수와 연애하는 비율도 29.2%, 중도와는 43.8%를 차지했다. 사실상 진보가 보수와 연애를 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런 현상은 보수도 마찬가지여서 보수끼리 연애한다는 비율은 32.4%, 보수와 진보가 연애한다는 비율도 32.4%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