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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에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재판부’와 재판관 3명이 참석하는 ‘지정재판부’가 있다. 헌재 심판은 전원재판부에서 하는 것이 기본인데,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면 진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정재판부가 재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걸러 ‘각하(却下)’하고, 나머지를 전원재판부로 회부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재판관 과반수, 즉 5명이 이상이 찬성하면 심판이 결정된다. 다만 위헌법률·정당해산·헌법소원·탄핵 청구를 ‘인용’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재판관 과반수인 5명이 ‘탄핵’에 찬성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탄핵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된다.

성향분석 결과 7대2 ?

지금 헌재 재판관 9명의 성향은 세간에서 흔히 [보수7~8 : 진보1~2] 정도로 나뉜다.


‘판결 분석’ 해 보니… 그 속에 드러난 가치관

현재의 재판관 9명으로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것은 2013년 4월이다. 이들 9명이 전원재판부에서 내린 판결 중 의견이 5대 4로 크게 나뉜 사건들을 살펴봤다. 재판관 개개인이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 살펴보면, 각자 중시하는 가치와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1. ‘옥외집회 사전신고’ 위헌 심판 … 5:4 기각

5명은 집회 48시간 전에 집회를 사전신고하도록 한 법이 문제 없다고 했고, 4명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봤다. 6명 이상이 찬성한 쪽이 없어 청구는 기각됐다.(법률 유지)


2. ‘점자 선거공보 非의무’ 위헌 심판 … 5:4 기각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을 후보자의 임의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도 점자형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도록 한 것에 대해 위헌 심판이 청구됐다. 재판관 4명은 시각장애인들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기에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5명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됐다.

3. ‘청년고용할당제’ 위헌 심판 … 5:4 기각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매년 정원의 100분의 3 이상씩, 34살 이하의 미취업자를 채용하도록 한 특별법이, 35살 이상 미취업자들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심판 청구. 9명 중 5명이 그외 취업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4명은 동의하지 않아 기각됐다.

판결 639건 분석 결과,
이진성 강일원 이정미 재판관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데이터저널리즘랩(한규섭 교수 팀)은 현재 9명의 재판관이 심판을 시작한 2013년 4월부터 결정문이 공개된 올해 10월까지 판결 639건에 대해 분석(잠재변수모형)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성향 분류와는 조금 달랐다.


가장 진보적 의견을 내는 것으로 분석된 김이수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 심판 당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정당해산 심판은 사유 해석과 적용에 엄격해야 한다”고 해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진성, 강일원, 이정미 재판관은 그간 판결에서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 의견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들 세 재판관은 이번 ‘탄핵 심판’에서 재판 준비를 담당하는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지정됐다. 주심은 강일원 재판관이다.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은 ‘국가보안법’ 위헌 심판에서 “일부 위헌”을 주장했다. ‘이적물 표현’ 조항 중 “소지·취득한 자”라는 규정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재판관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자격을 박탈한 ‘사후매수죄’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밝혔다.

‘키 맨’ 박한철? 안창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데이터저널리즘랩)는, 현재와 같은 성향 분포에서는 박한철 재판관이 탄핵 청구를 인용하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진보적 성향에서 6번째인 인물의 결정이, 전체 결정의 방향을 가르게 되기 때문이라고한다.

내년 1월 31일로 박 재판관이 퇴임하면, 안창호 재판관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잘 알려진 박한철 재판관은 과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서 ‘가담자 전원 체포’ ‘선제적 해산 및 검거’ 등을 주도했다. 이때 검찰이 구속기소한 ‘미네르바’가 후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공안 검찰’이라는 비난이 커지기도 했다. 이른바 ‘명박 산성’으로 알려진 경찰 차벽과 서울광장 통행제한 조치에 대해 ‘합헌’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안창호 재판관은 ‘위헌’으로 판결 난 ‘간통죄’에 대해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일심회 간첩 사건’ 수사를 맡아 진행하던 중 민변 소속 변호인들을 ‘수사 방해죄’로 기소했다가, 대법원에서 오히려 ‘변론 활동 방해’로 결론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사법기관’

다만 단순히 정치적 성향만을 가지고 이번 ‘탄핵 심판’의 결정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재판소를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하듯 헌재의 결정이 정치적인 흐름과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헌재도 엄격한 사법기관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내년 3월 13일에 퇴임하는 이정미 재판관을 ‘수명 재판관’으로 지정함으로써, 헌법재판소는 늦어도 3월 초에는 탄핵 가부 판결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오늘(16일), 9명의 재판관이 모두 모인 첫 회의를 열고 본격 심리 절차를 시작했다.

류란기자 (nan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