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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간 12월 10일,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막중한 사건으로 수고하실 헌법재판관께 연하장 보내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탄핵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얻던 ‘헌법재판관에게 연하장 보내기 운동’에 조국 교수도 동참한 것입니다.

조국 교수는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5’로 되어 있는 헌법재판소 주소와 함께 박한철 소장을 비롯한 안창호, 조용호, 서기석, 이진성, 김창종, 이정미, 강일원,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12월 12일 오전 7시 현재 조국 교수의 헌재에 연하장 보내기 운동 글은 공유만 1189회가 넘는 등 많은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탄핵소추안 가결 압박했던 문자 메시지

‘연하장 보내기 운동’은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평화로운 방법으로 압박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기 직전 새누리당 의원들은 엄청난 문자 공세에 시달렸습니다.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휴대폰 번호가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문자 메시지만 2000건이 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시민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단체카톡방에 초대해 ‘박근혜 탄핵하세요. 창피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친박 의원들에게는 세로로 읽으면 비난 글이 되는 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탄핵소추안 의결이 있기 전, 많은 시민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는 투표에 참여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압박했고 새누리당 의원 60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로지 문자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헌법재판관 휴대폰 공개와 문자 메시지는 삼가해야

헌법재판관에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재판관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거나 재판관을 직접 협박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박시환 당시 대법관을 2년 동안 상습적으로 협박한 50대 남성에게 법률상 상습협박죄가 적용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재판에 불만을 품고 판사의 아내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가 테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사례도 있습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탄핵 찬반 의원을 구분해 온라인에 공개한 표창원 의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고, SNS에 새누리당 의원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네티즌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연하장 보내기 운동’은 헌법재판소 내 헌법재판관에게 우편물로 들어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연하장 수백 수천 통은 헌법재판관들에게 민심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2004년부터 헌재 선고, 여론을 좇아갔다

연하장 보내기가 무슨 큰 효과를 볼 수 있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민심’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면 탄핵심판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규섭 서울대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14년 4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2년 6개월간 헌재가 내린 639건의 결정을 통해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분석했습니다. 한 교수에 따르면 ‘2004년부터 헌재 선고를 보면 간통죄를 제외하곤 거의 여론을 좇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소수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이름이 결정문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법률에 따라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부터 각자의 이름이 모두 결정문에 공개됐습니다.

역사의 기록으로 자신의 이름이 남게 될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의 진정한 민심이 무엇인지 파악해, 정의롭고 올바른 결정을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