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은 마치 ‘핵분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기존의 하드웨어에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축적된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할 AI, 모든 사물과 사람을 연결하는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21일 열린 국민미래포럼 제1세션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과 제조 강국의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 원장이 발제를 했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과 임태원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이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한국 제조업의 위기

김 원장은 먼저 세계경기가 2007년 이후 지속된 최장 기간의 불황을 경험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를 이끌었던 중국 등 주요국들의 성장도 둔화되고 있으며 한국도 ‘뉴노멀’이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GDP의 66.3%(2010년 기준)를 차지하는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주요 품목인 철강·반도체·정유 부문 모두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김 원장은 “대부분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등 한국 제조업의 ‘넛 크래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여러 산업의 위기가 중첩되면 산업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변환 능력이 제조업 경쟁력

세션 참석자들은 제조업의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4차 산업혁명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원장은 ICT 기술과 소프트웨어 혁신에 기반한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제조업체들이 채택해야 할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제시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디지털 전환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제시됐다. 주로 산업설비 등을 생산하는 GE는 1896년 다우존스 인덱스에 포함된 12개 기업 중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2001년 9월 취임한 제프 이멜트 CEO는 지난해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IBM과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라며 전사적인 디지털화를 천명했다. 이미 GE는 모든 부품과 생산 장비들이 IoT로 연결된 ‘스마트공장’을 만들었다. 모듈별로 스마트카트에 담긴 각 부품들은 스스로 최적의 공정을 찾아 이동하고, 빅데이터와 AI가 적용된 설비들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 이상 징후를 먼저 찾아낸다. 지난해에는 프리딕스(Predix)라는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정부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전에는 AI를 주요 미래기술 범주에 포함시키지도 않을 정도로 무감각했다”고 지적했다.

AI, 빅데이터 구축 선행돼야

박명순 원장은 AI의 토대로 빅데이터 기술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AI는 기계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류하고 학습하는 딥러닝이 핵심인데, 빅데이터가 축적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AI는 빅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내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해외에선 혁신적인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 에너지 채굴 시스템 업체 타키우스(Tachyus)는 축적된 유정설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산유량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000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생산성이 25% 향상됐다. GE는 전 세계에 공급한 항공기 엔진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이를 분석해 교체·정비 시점을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 낭비는 최소화된다.

노무라는 방대한 주가 데이터를 분석해 불과 몇 분 후의 주가를 예측하는 주식거래 시스템을 만들었다.

제도·규범 변화는 필수

임태원 소장은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며 4차 산업혁명을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IoT 기반의 커넥티비티, 인공지능이 모두 합쳐져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는 과거의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모빌리티 허브’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전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차량을 개인의 디지털 공간, 모바일 오피스, 휴식처로 사용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임 소장은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운전하는 시간이 하루 40∼50분인데 1년을 모으면 44시간이 된다. 앞으로 우리는 365일이 아니라 366∼367일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는 주로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임 소장은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 2030년쯤 완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스템의 보안 이슈, 사회적 합의, 법과 규제 등이 바뀌지 않으면 성공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현대차는 도로교통법규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자율주행 라이선스를 취득한 곳은 미국 네바다주였다.

4차 산업혁명형 인재 ‘절대적 부족’

세션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상균 원장은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인재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AI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전문 인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10년 전부터 내다보고 준비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구하려 해도 잘 안 된다”고 답했다.

제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인재를 구하기 더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임 소장은 “인력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경우 신입·경력으로 소프트웨어 인재를 모으려 하지만 현대차가 하드웨어 쪽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