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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8·9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대표 후보들은 ‘정권 재창출’ ‘계파’ ‘정권’ 등 정책보다는 정치적 용어를 다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른 세 차례 지역 연설회(창원·전주·천안 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에 따르면 각 후보의 연설에서 ‘새누리당’(85회), ‘박근혜’(30회), ‘호남’(28회), ‘국민’(25회), ‘대한민국’(21회), ‘정권’(19회), ‘계파’(19회) 등의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또 두 어절로 된 용어 중에선 ‘동지 여러분’(19회) 다음으로 ‘정권 재창출’(15회), ‘박근혜 대통령’(12회) 등이 다수 언급됐다.

한 교수는 “일반적으로 연설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제외하면 ‘계파’와 ‘정권 재창출’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책 방향을 드러내는 어휘는 드물었다. ‘양극화’란 단어가 7차례 언급됐을 뿐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정당의 목적이고 계파 청산과 재집권은 이를 위한 수단인데 새누리당 후보들의 연설 내용은 수단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새누리당 대표 후보들의 TV 토론(네 차례)과 각 후보의 라디오 인터뷰도 분석했다.

▶개각 ▶사드 ▶김영란법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통해 후보 간 성향 차이의 거리를 전문기법(다차원 척도법)으로 측정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정현·이주영·한선교 의원은 서로 노선이 비슷한 반면 비박계 주호영 의원과는 상당히 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주 의원과 단일화를 한 비박계 정병국 의원도 주 의원과 유사한 성향을 보여 친박·비박 후보라는 계파 차이가 고스란히 노선 차이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개각에 대해 주 의원은 “즉각적인 개각이 필요하다”고 한 반면 친박계 세 후보는 “당장보다는 시간을 두고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이정현·이주영·한선교 의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주 의원만 “필요 없다”고 답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모두 계파 청산을 주장하지만 친박·비박 간 표밭이 확실히 나뉘기 때문에 각각의 지지층이 선호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충형·채윤경 기자 adch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