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성향지수 첫 분석]어떻게 조사했나
본보-서울대 빅데이터硏 함께… 대법관 35명 판결 성향 지수화

전현직 대법원장 및 대법관 35명의 판결 성향 분석에는 같은 내용의 미국 연방대법관 분석에 사용된 ‘잠재변수 모형’을 활용했다. 각 대법관의 의견 유사성에 근거해 판결 성향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동아일보는 14대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던 2006년 3월부터 15대 양승태 대법원장 때인 2016년 5월까지 나온 전원합의체 판결 190건을 대상으로 대법원장 및 대법관 35명이 낸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4개월간 분석했다. 전체 대법관의 과반수인 7명 이상이 동의해 판결 주문이 되는 다수의견과 ‘결론이 다수와 다른 경우’인 반대의견, ‘결론은 다수와 같지만 내용은 다른 경우’인 별개의견을 모두 산출했다.

본보는 이를 바탕으로 18, 19대 국회의원 이념 성향 분석을 진행했던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데이터저널리즘랩 한규섭 교수팀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본보와 한 교수팀의 분석 방법은 단순히 소수의견을 몇 차례 냈는지 세는 것이 아니라 다수, 반대, 별개의견 등 3가지의 유사성을 근거로 개별 대법관의 성향을 추정하는 ‘다자간 상대적 위치 분석’이다. 이를 통해 개별 대법관의 판결 성향 추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정권별로 임명된 대법관의 판결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여러 사건에 걸쳐 비슷한 판결을 내리는 대법관들에게 비슷한 ‘성향 점수’를 부여했다. 만약 다른 대법관 다수가 내린 판결과 상반된 내용일 경우 해당 대법관의 성향 점수 계산에 큰 영향을 줬다. 기존 분석은 단순히 일부 이념적 사건을 선택해 의견 분포를 보거나 소수의견 비율 등 평면적 통계 비교에 머물렀다. 한 교수는 “미국은 대법원 구성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임명권자인) 대통령 선거 때부터 큰 관심사”라며 “한국의 대법관 임명 과정은 객관적인 판결 성향이 아닌 인상 평가나 진영 논리로 얼룩졌는데 앞으로 계량적인 성향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논의와 검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14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법원 행정을 책임지는 법원행정처장을 뺀 13명(대법원장 포함)이 대법원의 최고 판결기구인 전원합의체에 참여한다. 일반적인 상고심 심리는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4명씩 3개의 소부를 구성해 진행하는데, 소부에서 합의가 안 되거나 판례 변경 등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