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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전기 정보공학부 교수)이 `혁신 딜레마`에 빠진 한국기업의 대안으로 대학 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했다. `파괴적 혁신`을 기업이 아닌 대학 스타트업에서 찾자는 제안이다.

차 원장은 23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개최한 시스템반도체포럼 세미나에서 “기존 기업과 연구소에선 시장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업은 제품 라인업을 유지해야 하고 협력사도 먹여 살려야 한다”며 “경영진과 임원은 1~2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기에 새로운 도전이 힘들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이를 `혁신의 딜레마`라고 규정했다.

자동차 회사는 기계 공학하는 이들이 주도하고 있어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인력이 튕겨져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직 문화를 바꾸기 어려워 혁신이 안 된다는 얘기다. 파괴적 혁신을 하자고 강조하지만 기존 체계에선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차 원장은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학에서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영국, 미국은 스타트업 천국이다. 대학에서 연구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로 회사를 차린 뒤 치고 나온다. 인수합병(M&A) 대상이 되는 것을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스탠포드대학에서 나왔다. 1993년 분산된 문서를 인덱싱하는 기술을 가진 이들이 3년간 연구해서 첫 결과물이 나왔고 1998년에 구글을 세웠다.

세계적 드론 업체로 부상한 중국 DJI도 홍콩 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학생이 설립했다. 차 원장은 “이런 기업이 국가를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와 기업, 연구소를 묶어서 진행하는 현행 정부 연구개발(R&D) 체계는 무겁다. 혁신이 힘든 구조”라고 꼬집고, 국가 R&D 과제 추진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또 `5년`을 강조했다. 대중에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R&D에 약 5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구글도, 최근 이세돌을 이긴 구글 알파고 제작사 딥마인드도 세상에 나오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대학 스타트업은 차 원장 그 자체가 좋은 성공 사례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차상균 원장은 HP 연구소 근무 당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가능성을 발견하고 2000년 서울대에 1호 글로벌 스타트업인 티아이엠시스템을 설립했다.

고성능 메모리 위에 데이터를 상주시켜 실시간으로 `분석`을 가능토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티아이엠시스템은 2006년 세계적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 SAP에 인수됐다.

차 원장이 개발한 기술은 SAP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이 구동하는 고성능 인메모리 DBMS 솔루션 `하나(HANA)`의 기반이 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성공 경험을 가진 분을 초청,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통찰력을 제공하고자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