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빅데이터 분석은 현장에 있는 수 많은 ‘날 것’의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빅데이터로 그린 현실은 회사의 기존 관행 또는 믿음과 상반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이 진행하는 ‘SNU BIG DATA ACADEMY’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사결정권이 있는 리더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석을 통해 드러난 결론을 적용하기 위해 인습을 뒤집어야 하고, 조직 문화 또는 관행을 바꾸는 결정은 결국 리더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빅데이터로 의미 있는 분석을 해낸 의미도 사라지게 된다.

그는 빅데이터에 대한 그간의 접근이 ‘어떻게 분석해 의미를 찾아낼 것인가’라는 분석가적인 방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를 토대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의사 결정권자의 접근법이 강조된다고 그는 내다봤다.

프린터 제조업체 제록스는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잘 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콜센터 직원을 선발해 왔다.

하지만 감정 노동이 잦은 콜센터의 특성상 조기 퇴사자가 많았고, 이를 고민하던 제록스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심리테스트 결과 조기 퇴사자의 특징은 ▲원거리 통근하거나 확실한 교통수단이 없음 ▲친구가 없거나 5개 이상의 모임 단체에 가입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음 ▲공감을 너무 잘함 ▲창의력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제록스는 이를 근거로 인사 절차를 전반적으로 바꿔 조기 퇴사자의 특징이 발견된 구직자는 채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난 뒤 제록스 콜센터의 퇴사율은 20% 감소했다.

제록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자신들의 인사 관행과 상반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분석을 토대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의 기준을 버리면서 새로운 가치를 내재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셈이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가 있으면 사람을 뽑아서 분석하면 되지만, 결과를 비즈니스에 내재화시키는 것은 분석가가 감당할 수 없는 얘기”라며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기존의 의사결정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나 조직은 변화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분석한 결과를 활용하고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제조업에서도 빅데이터가 업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구체적 실무가 도제식으로 전수되거나 숙련된 기술이 강조되는 업종일수록 더욱 그렇다. 빅데이터를 통해 일종의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숙련된 전문가의 경험은 일반화되기 어렵고, 컨디션에 따라 변화하거나 퇴사에 따라 단절될 우려도 있다.

반면 상당 기간 축적된 과거 데이터들을 활용하게 되면 객관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는 일반화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빅데이터를 통해 모델을 만들어 객관화하는 것은 예측을 하거나 개선할 대상이 생긴다는 것”이라며 “모델이 생기면 예측 성능을 높일 수도, 책임 소재에 대한 근거도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얼마든지 경험을 통해서도 어떻게 하면 좋다고 말을 하거나 표를 그릴 수도 있다”면서도 “그것이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 개인 차원에서의 분석인지는 받아들여지는 무게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가 산업에 ▲개별적 ▲객관적 ▲상시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고 했다.

버스로 오가는 사람들의 연령·직업적인 특징을 분석해 정류장에 붙어있는 패널에 시간대별로 다른 내용의 광고를 올리는 것이 한 사례다.

획일적인 레시피가 아닌 특정 제품에서 가장 적절하게 조리될 수 있는 맞춤형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 등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해진다.

조 교수는 이런 일련의 변화를 일궈내기 위해서는 특히 조직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빅데이터로 그려지는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제록스에서 퇴직자들의 주로 보이는 특성을 데이터를 통해 알아냈지만, 과거 인사 체계의 기준을 버리고 새로운 근거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는 것은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결과가 정말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성과로 도출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결과가 발견됐을 때 적용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우선 일부만이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실무자를 안심시켜 주는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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