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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사별로 진행…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데이터 지배권 없으면, 제조업 경험마저 무너질 수도”
“빅데이터, 기술적 기교 아닌 투명성 높일 도구될 수도”

【서울=뉴시스】심동준 남빛나라 기자 = “우리는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빅데이터연구원장은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지적했다. 혁신가의 딜레마란 선도적인 기술로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어느 순간 혁신하지 못하고 후발주자에게 역전 당하는 것을 뜻한다.

신기술로 초기에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이 규모가 커지고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 연구·개발(R&D)보다는 품질이나 수율 향상을 위한 양산기술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비판한 셈이다.

차 원장은 “성장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진 세력들의 힘이 너무 강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은 제조업의 생존만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진 나라의 사례로 제조업 강국으로 알려진 독일을 거론했다. 한국보다 정보기술(IT) 기반이 부족한 독일도 제조업의 틀에 갖혀 산업의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 원장은 “독일은 제조업에 기반한 구글 같은 것을 꿈꿨지만 각 회사별로 진행되다보니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에 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자기 사업에 바빠 혁신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적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이 있더라도 적절한 토양이 부족해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그간 하지 않았던 것들이고 경험도 없으니 점차 과거의 틀에 갖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경험이 축적된 한국이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도모하는 ‘제조업 기반의 구글’ 방식이 적절하다는 게 차 원장의 입장이다.

다만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산업 전환을 위한 질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기반서비스를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해야 한다”며 “데이터 지배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간 쌓아온 제조업 경험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단순히 중소·중견기업의 생명선을 연장하는 차원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중국은 모든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어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들어가게 되면 중과부적이 된다”며 “학계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비즈니스화 하는 것이 빅데이터 시대에는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최근 가장 관심 두고 있는 분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핀테크를 꼽았다.

이 때 자율주행 자동차는 데이터 플랫폼이 자동차를 부품처럼 활용한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인식의 전환이, 핀테크에서는 단순하게 서비스를 조합하기보다는 시스템이나 데이터 측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보호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윤리위원회 같은 빅데이터 관리 체계를 만들고, 제약 없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정부가 만들어 실험을 승인하는 등의 방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차 원장은 “빅데이터는 분석 자체가 아닌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목적이 돼야 한다”며 “현재 상태에서 다음의 더 나은 상태로 어떻게 갈지를 예측하는, 플래닝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빅데이터는 단순히 기술적인 기교가 아닌 개방된 환경에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제한된 재정적인 자원을 좀 더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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