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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융합시대 제조업 혁신 좌담회]

“제조업의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추격하는 전략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스마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혁신해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성장을 선도했던 제조업에 최근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수출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조선,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려면 제조업 혁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 달 10일 정부의 ‘스마트 제조 연구개발(R&D)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와 함께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시대의 제조업 혁신’을 주제로 공공기관, 학계, 산업계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의 사회로 정재훈 KIAT 원장, 이상홍 IITP 센터장,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진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전 삼성전자 전무), 오기장 포스코ICT R&D센터장, 차석근 ACS 부사장, 박현순 SK텔레콤 기업솔루션사업본부 총괄팀장(상무)이 위기의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한 과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했다.

● ‘추격전략’ 한계…선진국도 제조업 혁신에 올인

―최근 한국 경제와 제조업에 위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정재훈 원장=1960년대 제조업 이익률이 10.8%였지만 점차 낮아져 2011년 5%대로 추락했다. 현재 국내 기업의 순이익률은 5.5%로 전 세계 7.9%, 신흥국의 5.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오기장 센터장=중국 제조업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의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스마트폰, 반도체도 곧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다. 구조적 성숙 단계로 전환돼야 한다.

▽김진한 센터장=대기업 중심의 하청구조가 형성돼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혁신이나 R&D,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중소기업의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제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무엇인가.

▽차상균 원장=디지털 경제로 가면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하고 기존 제조업의 성장은 답보 상태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도 ‘기존 제조업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쪽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상홍 센터장=
미국도 제조업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이킹 인 아메리카(Making in America)’를 국가 어젠다로 제시했다. 전통 제조업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GE는 이미 소프트웨어 업체로 전환을 선언했다.

▽정 원장=중국도 ‘제조 2025’를 통해 10개 전략업종을 선정했다. 성장률 하락을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인프라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R&D 등 한국의 장점을 살려 ‘중국과 함께 생산하는(Make with China)’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 ‘제조업 혁신 3.0’으로 스마트 산업혁명 선도해야

―우리 정부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 센터장=
‘제조업 혁신 3.0’은 생산현장의 스마트화를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한국 제조업의 전략이다. 제품의 기획, 설계, 제조, 판매, 애프터서비스(AS)까지 제조업의 전 과정에 ICT나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하는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 스마트센서, 빅데이터 등 8대 기반기술을 잘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현순 상무=제조업 혁신 얘기가 대체적으로 자동화를 통한 생산과정의 혁신에만 맞춰져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 자체의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인프라 개발도 중요하다.


▽차석근 부사장=
‘제조업 혁신 3.0’의 실행 과제로 KIAT와 IITP가 공동으로 로드맵을 개발하고 있다.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표준화에 대해 고려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데이터 수집 방법을 ICT를 이용해 한발 앞서 표준화하고, 국가표준으로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오 센터장=여러 산업별 공정모델을 표준화해야 앞으로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다. 미래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파악해 필요한 기술테마를 찾아내야 한다.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한 산학연 협력과 인력양성 방안은….

▽김 센터장=대기업이 내부에서만 아이디어를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젊은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잘 육성해 인수합병(M&A)을 하거나 대기업이 갖고 있는 역량을 지원한다면 엄청난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센터장=산학연 협력을 통해서 챙겨야 될 부분은 결국 소프트웨어나 융합기술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 상대가 도요타나 포드가 아니고 애플, 구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차별화된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


▽차 원장=
가장 현장감 있는 교육은 프로젝트를 통한 교육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고 실제 창업이 됐을 때 지원을 더 해 주는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 

▽정 원장=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제조업 혁신의 기본은 인력양성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산학연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 제조업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제조업 혁신을 위해 추가로 제언할 것이 있다면….


▽차 부사장=
한국에는 다양한 산업의 공정모델이 있다. 다양한 공정을 모델로 한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차별화하고,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R&D 바우처 같은 제도도 필요하다.

▽박 상무=제조업의 틀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디지털기술을 통해 제조업이 서비스업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파생되는 사업에서 훨씬 큰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제조업에 계신 분들은 현장 상황이 열악해 이런 부분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정부가 R&D 로드맵을 잘 그려 주었으면 한다.

▽김 센터장=현장에 가보면 기업가정신, 도전정신이 많이 약해져 있다. 도전정신이 현장을 바꾸고 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조업 혁신 전략을 지속성 있게 추진해 주길 바란다.

▼ 제조업 혁신 3.0 전략 추진… 정부, 스마트 산업혁명 나선다 ▼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제조업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도 스마트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조업 패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지난해부터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제조 기술 개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 달 10일 ‘스마트 제조 연구개발(R&D)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주관으로 작성하고 있는 로드맵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국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략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존 제조업에 ‘8대 스마트 기반 기술’을 접목해 수요 조사, 기획, 제조, 판매·유통, 서비스까지 제조업 전 과정에 걸쳐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8대 기반 기술은 스마트센서, 가상 물리 시스템(CPS), 3D프린팅, 에너지 절감 기술 등 생산 시스템 혁신 기술 4개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홀로그램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4개다. 이들 기술은 개인 맞춤형 유연 생산과 스마트 공장 고도화에 꼭 필요한 기반 기술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4월 산학연 전문가 80여 명으로 ‘스마트 제조 R&D 로드맵 추진위원회’(위원장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를 구성하고 7개월간 8대 기술별 분과 활동에 들어갔다. 먼저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해 2020년 실현 가능한 제조업 미래 모습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현재 부족한 기술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8대 기반 기술을 융합·적용할 수 있는 대표 업종과 핵심 기술을 도출했다. 전략적 투자 방향도 제시할 예정이다.

이건우 위원장은 “제조업은 국가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천”이라며 “신제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제조업의 스마트 혁신을 촉진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신시장 창출에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