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의사결정·콘텐츠 부족’ 등 빅데이터 발전 막아

빅데이터 유망 분야 ‘농업·생명과학·스포츠’ 등 꼽아

정부·기업 “기존 시장 기득권 연연해서는 안된다” 지적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이상구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의 빅데이터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고 정리했다.이미 다양한 산업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출발이 늦고, 현재까지 빅데이터 정착을 위한 인프라와 업계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그는 빅데이터 산업이 자리 잡고, 앞으로 한국이 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먼저 경직된 의사결정 과정이 아닌 과학적 데이터를 존중하는 문화, 성공 가능성이 다소 낮아 보이는 아이디어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인프라 측면에서는 빅데이터를 구성할 한국어 콘텐츠와 지식 자원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현 시점에서 빅데이터가 유망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로는 생명과학과 스포츠로 꼽았다.그의 말에 따르면 해충에 강한 벼를 개발하거나, 경기장 관중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등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산업 곳곳에 숨어있다.빅데이터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특정 국면에 대해 한정되지 않고 모든 변수를 분석, 데이터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 같은 이유로 금융·자본시장에서 빅데이터가 예외 상황을 사전에 포착, 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나아가 한국이 빅데이터 산업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기존 산업의 기득권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아래는 이 부원장과의 일문일답.-현재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보통 선진국과 비교하게 되는데. 영어권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많이 뒤쳐져있다. 먼저 이미 많이 논의된 내용이지만 강한 개인 정보보호법이 기업 손발을 묶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에는 과학적인 의사결정, 증거에 기반한 의사결정 문화가 약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저변에 문화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 계속 용납되면서, 과학적 근거 있는 주장을 하려는 노력을 경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세 번째는 기술 측면에서 영어보다 한글 처리 기술이 부족한 것 같다. 우선 영문 데이터가 워낙 많고, 기록들도 영어 된 것이 많다. UN 기록물이라든지, 많은 사람들이 글 쓰는 것들, 위키피디아 같은 경우 영문 기록물 수가 우리나라의 100배가 넘을 것이다. 언어자원, 지식자원이 우리가 훨씬 부족하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인해 뒤떨어져 있다고 본다.”-현재 빅데이터연구원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분야가 있다면.

“빅데이터연구원에 등록된 교수들 전공이 워낙 다양하다. 200명 중에 40, 50명이 기술 관련 전공이라면 나머지는 다양한 전공자다. 이중 가장 많은 하나를 생각해 보자면 생명과학인 것 같다. 생명과학이나 화학공학, 의학, 간호학, 약학 등. 또 활발한 곳이 농생명과학 쪽이다. 식량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 처리, 벼멸구라든지 해충에 강인한 벼를 만드는 데도 데이터 분석 많이 활용될 수 있다. 효과가 크고 의미 있는 결과를 빨리 내놓을 수 있는 분야가 생명과학 분야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쪽에서도 임팩트 있는 연구 위해 여러 가지 기획을 하고 있다.”

-스포츠에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식으로 활용되나.

“그런 것도 있긴 하다. 독일 축구 구단은 선수들 훈련, 경기할 때마다 신발과 공에 센서를 붙여 데이터를 모은다고 한다. 공수가 전환될 때 한 선수가 공을 몰고 나가면 공격수들이 같이 나가줘야 한다. 이전엔 코치가 누가 제 때 전략대로 움직이지 못 하고 있는지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잡힌다. 이런 식으로 스포츠에서도 과학적인 측정이 이뤄질 수 있다.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 센서와 센서 사이에서 나오는 데이터, 이를 토대로 패턴을 찾아 어떤 식의 각도로 점프하면 높게 뛸 수 있겠다 같은 방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올림픽 경기 운영 과정에서 교통 문제는 물론 경기장 관중 움직임까지도 데이터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 컨트롤도 가능할 것이다. 할일은 많다.”

-빅데이터 분석의 묘는 모수가 무한대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수와 변수가 많을 경우 현실과 괴리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자본 시장은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한다. 빅데이터 분석이 시장 현실을 오히려 반영 못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보통 트렌드의 평균을 본다. 100개, 1000개 표본을 평균을 보는 것과 1000만개의 평균을 보면 사실 평균은 비슷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굳이 표본이 커져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이상점이다. 보통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데이터는 제외시키게 된다. 그런데 표본을 늘리게 되면 1, 2개였던 이상점이 100개가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건 중요한 현상이다. 이것이 빅데이터의 장점이다. 단순히 이상점이나 에러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 예외 경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보는 일은 전수조사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물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는 부분들, 또 굉장히 미시적인 경우까지 볼 수 있는 셈이다. 빅데이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이자율을 높였을 때 집값이 떨어질지 아닌지를 예측하는 경우에도 사람이 생각하는 변수로 한정되게 계산했다면, 지금은 수백 개 변수를 그냥 놓고 돌려볼 수도 있다. 중요한 변수들을 놓고 문제가 되는 증상들을 훨씬 잘 잡아낼 수 있다는 것, 이게 지금 빅데이터가 가져오는 가치인 것 같다.”

-빅데이터를 통한 사업 모델을 만들 때 상이한 분야끼리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인터넷 은행 같은 경우에는 은행은 은행실무, IT는 빅데이터 인프라와 분석에 강점 있다. 산업에 빅데이터를 적용할 때 실무적으로 안정되게, 초기 정착을 위해서는 어느 쪽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보나.

“이 문제는 답이 없을 것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노베이터의 딜레마가 작용한다고 본다. 거인은 혁신하기 어렵다. 이미 고정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데, 판을 흔드는 것은 이익에 반하는 것 아닌가. IT냐 은행이냐를 말할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에 빚을 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새로운 사람이 IT베이스일지도, 금융 전문가일 수도, 이와 무관한 철학을 전공했을 수도 있다. (융합산업이라도 한 쪽에 치중되기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데이븐포트 교수에게 빅데이터 발전을 위해 IT 분야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느냐고 질문했더니, 어떻게 혁신하고 어떤 사람 영입해야 한다는 대답 나올 줄 알았는데 불만만 늘어놨다. 많은 사람들하고 일 하면서 IT 분야가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굉장히 답답해 하더라. 우리가 기득권을 갖거나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쪽에서 개혁하는 것들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선진국 대비 한국 빅데이터 산업이 많이 뒤쳐져있다고 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뭐라고 보나.

“빅데이터 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들 위주가 아닌 정말 맨 땅에 헤딩해 보려는 것들에 대해서다. 리스크가 큰 것을 해야 성공했을 때 선도해 나갈 수 있게 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닌가. 대규모 금융권에서 아주 안정적인 대부업 위주로 하는 것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하려는 쪽의 비중을 늘려야한다고 본다.”

-금융·자본시장 분야의 빅데이터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핀테크 얘기 많이 나오고 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 기술이 대체 기술로 쓰인다. 기존 증기로 하던 것을 모터가 나오면 대체하듯이. 그런데 모터가 나오고 나서도 기존에 전체 공장에서 증기 엔진을 사용했다. 모터를 달고 전기만 끌어오면 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적용하는데 50년~70년이나 걸렸다. 지금도 핀테크가 모바일 결제, 카드를 대체하고 온라인 뱅킹을 대체하는 쪽으로만 얘기가 치중돼 있다. 사실 결제 이외에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무엇인가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인증을 눈으로 하냐, 손으로 하냐 이런 것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좀 더 대상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에도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분야도 그렇고, 마인드를 지금 잘하고 있는 것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