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의 머릿속엔 어떤 정국 구상이 담겨 있을까. 그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은 직후 말을 아끼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짤막한 소감만 남겼을 뿐이다.

중앙SUNDAY와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팀이 그의 공식 발언을 대상으로 ‘의미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실시한 결과 ‘연결 중앙성(centrality)’이 가장 높은 단어는 ‘법(0.592)’이었다.

‘연결 중앙성’이란 단순한 등장 빈도가 아니라 다른 어휘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를 통해 특정 단어의 실질적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1에 가까울수록 말하는 사람이 큰 의미를 두고, 0에 가까울수록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분석은 올해 황 후보자의 언론 인터뷰 5건과 신년사·기념사 3건(총 2만3190단어)을 대상으로 했다.

그의 발언에서 ‘질서(0.227, 4위)’ ‘헌법(0.158, 7위)’ ‘법질서(0.15, 8위)’ ‘법치주의(0.13, 14위)’도 핵심 단어로 꼽혔다. 그는 올해 법무부 장관 신년사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안전과 자유, 행복은 기대할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자유민주(0.058, 34위)’ ‘인권(0.048, 42위)’ 등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다. 공안검사 시절부터 ‘미스터 국가보안법’으로 불릴 만큼 법과 질서를 최우선으로 여겨온 그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규섭 교수는 “황 후보자의 발언 중에서 ‘국가’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법’ ‘질서’ ‘부패’ ‘혁신’ 등이었다”며 “그의 국가관에서 ‘법치주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부패 척결에 대한 의지도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비리수사에는 성역이 없다. 소속이나 지위 고하에 구애돼서는 안 되고, 또 사건 자체도 (정치자금 전반을) 수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나는 친이(親李)·친박(親朴)이 뭔지 모른다. 우리 관심 사항도 아니고 처리 기준도 아니다(중앙일보 3월 20일자)”고도 했다. 향후 전방위적인 사정 정국에 대한 예고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동국대 박명호(정치외교학) 교수는 “부정부패 척결을 포함한 정치개혁은 단순히 야당만을 겨냥하지 않고 여권 내 세력개편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여야를 넘나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집권 후반기를 맞아 국정 동력을 확보하고 당정 간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공 드라이브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가 국회 인준을 받는다면 총리 취임사에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전 총리 취임사의 경우 ‘박근혜(6위)’ ‘대통령(9위)’ 등의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