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 오영제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가나다순), 장윤옥 테크M 편집장(사회)

사회 이번 연구개발 혁신방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중소기업의 지원 강화다. 정부는 이번 R&D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출연연과 대학을 중소기업 연구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 사업을 늘리고 추진 방식도 중소기업이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박희재 우리나라엔 500만 개 기업이 있는데 그 중 제조업이 30~40만개다. 이들은 대부분 내수형이다. 단 1달러라도 수출한 기업이 1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를 무역대국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수출 1위가 700억 달러인 삼성전자이고 2위가 200억 달러다. 그 다음은 한참 내려가 1억 달러 이상 수출한 회사만 꼽더라도 40~50개에 불과하다. 1000만 달러 이상 수출한 회사는 100개도 안되고, 100만 달러 이상 수출한 기업도 1000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인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산다고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몇몇 기업이 몇 개의 아이템에 전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그것도 한계에 온 상황이다.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으니 고용률이 떨어진다.석박사급 인력을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라고 한다면 그들의 88%가 출연연에서 서류 작업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나머지 15% 정도는 대기업에 있고 중소기업에 있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 제조공장들이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을 빨리 키워야 한다. 10년 내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성장한계에 온 우리 경제의 사정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을 빨리 키우는 것만이 살 길이다. 봉천동의 전파사도 중국 선전과 상하이에 가도록 만들어주는 게 급하다.

박상일

모양새만 찾는 형식주의 버리고 칸막이 허물자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맞는 말이다. 기업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되지만 우리나라 고용의 76%를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만큼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우는 것이 지상과제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술 인력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다들 출연연과 대학에 있는 거다. KIST에서 연구원 공고를 냈는데 700명이 왔다고 한다. 우리 같은 기술벤처 기업이 뽑으려고 하면 사람이 안온다. 다들 남들이 알아주는 출연연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력의 흐름을바꿔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기술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출연연의 조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R&D 역량이 취약했다. 그래서 이 역할을 대신 맡아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 역량이 있다. 지금처럼 같은 과제를 가지고 대학과 중소기업, 출연연이 함께 경쟁하는 것은 맞지 않다. 5년 정도의 한시적 과제를 수행할 연구원을 채용하고 기간이 끝나면 자신이 창업하거나 적절한 중소기업을 찾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출연연이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출연연에서 연구만 하던 사람들은 중소기업의 절박함이나 현장의 냉정함을 모른다. 그렇다보니 사업화와는 거리가 먼 수준의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영제 이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제안서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부설연구소가 없고 있어도 제 역할을 못하는 예가 많다. 이들 중소기업은 출연연의 작은 지원도 큰 힘이 된다. 출연연구소가 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할지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혁신방안을 보면 대학까지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대학의 교육기능을 고려하면 맞지 않는 것 같다.

모양새만 찾는 형식주의 버리고 칸막이 허물자
오영제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또 인력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도 얼마나 인력에 투자를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 돈을 가져다 쓰려고 하면서 왜 사람에게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기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단기적 처방으로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데 더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씨앗을 가진새로운 벤처가 대학과 연구소에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차상균 일이나 영역에 경계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혁신의 저해요소인 칸막이를 만들기보다 허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기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단기적 처방으로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씨앗을 가진 새로운 벤처가 대학과 연구소에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박상일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기존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결국, 대기업과 출연연, 대학의 고급 인력의 창업을 독려해 기술벤처를 길러야 한다. 신기술을 가지고 글로벌 강소기업이 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창업 성공률을 1%라고하는데 통계일 뿐이다. 역량이 있는 사람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투자 받고, 조직을 구축한다면 성공확률이 높다. 될 성 부른 기업의 성공 확률은50%는 된다고 본다.
우리 회사는 1억 원 연봉을 주더라도 채용해야 할 사람은 한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의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 부설연구소에게 출연연구소와 정부 과제를 동등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면 해결할 수 있다. 출연연은 자체 펀드 없이 정부 과제에서 연구원들의 월급을 지급한다. 중소기업은 그 돈으로 연구원 월급을 주지 못한다. 잘못된 제도들이 너무 많다.

박희재 이번 혁신방안에 선정된 주관기업이 주도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먼저 아이디어 중심의 개념계획서를 평가해 주관기업을 선정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함께 할 참여기관을 정해 신정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참여기업으로 들어가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주도적으로 과제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매우 바라던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

사회 정부 출연연과 기업, 대학간 역할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방법이 있나. 또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점은 뭔가.

모양새만 찾는 형식주의 버리고 칸막이 허물자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차상균 연구개발이 현장의 문제를 풀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기업만 우리나라를 끌어가는 주체는 아니다. 결국 큰 틀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대학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프라운호퍼 모델이나 막스플랑크 모델 모두 연구비를 어떤 방식으로 주느냐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독일 연구개발 시스템의 실체는 대학과 연구소가 한 곳에 있고 연구소가 기업과 연계돼 있는 것이다. 프라운호퍼는 거대한 산학연 집합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연구소가 필요 없다. 에코시스템이 잘 돼 있어 대학에서 바로 뛰쳐나가 벤처가 된다. 출연연도 미국 시스템에서 보면 있을 필요가 없다. 독일만 해도 미국보다 보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소 체계를 만들어 버퍼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장은 교수고 연구개발을 하면서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사람들이 다 섞이게 된다. 이게 프라운호퍼 시스템의 핵심이다.

우리나라도 대학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KIST와 ETRI를 만들어 연구개발을 맡겼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이나 기업이 많은 발전을 했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같이 가야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BK21 사업도 논문위주의 평가는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인재양성의 측면에서 보면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하는 것은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연구 성과가 좋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영제 모든 대학이 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대학의 임무가 교육인지, 연구개발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하고 실용 연구개발은 연구소가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연구소와 부딪히는 게 너무 많다. 대기업과의 협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맞는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박상일 출연연은 대학과 기업이 수행하기 어렵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연구개발을 맡아야 한다. 핵융합이나 우주항공, 나노기술 같은 중장기 메가트렌드 과제, 민간이 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과제를 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학교와 출연연이 같은 과제를 두고 경쟁해서는 안된다.

대학의 역할이 연구냐 교육이냐에 하는 문제는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느냐 하는 데 따라 달라야 한다. 사회에는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할 연구원도
키워야 하지만 그걸 보조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선 대학이나 교수평가의 기준을 모두 논문을 갖고 하니까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모두 연구에 달려드는 실정이다. 연구할 역량이 없는 대학이라도 과제를 따서 연구하고 논문을 쓴다.

초임 교수에게는 원하는 대로 연구할 기회를 주되 10년 뒤, 그 사람이 내실 있는 연구를 지속할 평가해서 연구와 교육, 두 가지 트랙으로 운영해야 한다. 연구할 사람과 교육에 전념할 사람을 구분해 이원화해야 교육과 연구 모두 제대로 되고, 재원이 낭비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학생도 더 훈련해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차상균 두 가지뿐만 아니라 멀티 트랙으로 가는 게 좋겠다. 대학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연구한 사람이 직접 나와서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런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90년대 중반 미국 정부에서 대학과 협력해 디지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했다. 미국 정부 연구비 기관 다르파(DARPA)의 프로그램 매니저로 파견돼 그 프로젝트를 입안하고 추진한 핵심인물이 지도교육였는데 6개 대학에 연구비를 줘 시장에 없는 원천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스탠퍼드생 2명이 나와 구글을 만들었다. 그 벤처회사가 성능성이 높아 보이니까 사업에 참여했던 5개 대학의 인력이 다 그 회사에 가더라. 우리도 그런 비전을 갖고 연구개발을 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실전을 통해서 인재도 길러지고 의미 있는 기술도 만들어진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영역을 허물고 지금보다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여야 경쟁력이 있다.

정리 조은아 기자, 사진 성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