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703810_0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에 따르면 메르스처럼 전염성이 강한 ‘균’에 대한 지배력은 국가와 대륙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인자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선진적인 의학 수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균’의 침입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왕에 겪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세계 최고의 질병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빅데이터와 관련한 전문가를 한곳에 모아 초학제적 사후 분석을 하는 것이다. 사후 분석 후에는 외부 전염병 유입의 선제적 감시와 확산 경로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도록 질병 관리 빅데이터 인프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인프라는 평상시엔 전염병 모니터링과 질병 예측 모델 수립에 활용되지만 유사시엔 과학적 위기 관리 시스템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국경 통제가 용이하다. 입국하는 항공기와 선박의 승객이 탑승 수속을 시작한 시점부터 국내로 들어오기 전까지 질병 위험을 분석할 시간은 충분하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만들어 항공기와 선박을 통한 입국자에 대해 실시간 대(對)테러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 외부 전염병 유입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질병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의 앞선 정보통신 기술 역량은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질병 예방 통제 체계 구축에 유리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가의료보험제도 덕분에 병원,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에 방대한 의료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 빅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소유권이 분산되어 있어 융합적 분석과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차제에 의료 빅데이터의 국가적 활용을 위한 법적 지배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질병 예방 및 통제와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활용하기 위해선 의료와 빅데이터 분야의 초학제적 연구와 인재 양성도 필수적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이 있다. 정부 기관이 선도하기에는 전문 인력 확보와 조직 문화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학과 같이 개방적 전문 인력이 있는 중립적 위치에 혁신적 연구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관련 분야를 빠른 속도로 혁신하는 국가적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