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형식 버리고 현장에 필요한 최고의 기술 연구해야"
17일 테크M이 주최한 ‘정부 R&D 혁신방안’ 평가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테크M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발행하는 기술 매거진 테크M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R&D 혁신방안에 대한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17일 좌담회를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단장, 오영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번 혁신방안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성공여부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달렸다”면서 “이번에야 말로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연구개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재 단장은 “성장한계에 온 우리 경제의 사정을 감안할 때 글로벌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을 빨리 키우는 것만이 살길”이라며 “독일의 프라운호퍼 모델을 도입해 민간수탁 연계 자금을 늘리도록 예산구조를 혁신한 것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율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R&D의 방향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상일 대표는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해도 연구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업이 필요한 수준이나 방향을 잘 몰라 불필요한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출연연의 인력을 유지하기보다 중소기업에 우수한 인력이 많이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업의 연구원을 프로젝트 기반으로 정부연구소에서 일하도록 하는 등 기업과 연구원간 교류와 이동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영제 책임연구원은 “이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의 지원방안은 달라야 한다”며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연구소들이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과제의 선정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좀 더 장기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의미 있는 기술개발을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차상균 원장은 “지금 우리의 과제선정이나 평가는 지나친 형식주의에 빠져 제대로 된 주제선정이나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과제를 추진해야 의미 있는 연구개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SCI 지수처럼 양 위주의 평가 대신 철저히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상일 대표는 선도적인 과제는 서류가 아니라 연구자의 연구이력이나 성과, 추천 등을 통해 선정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오영제 책임연구원은 “기업이나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과학이나 기초연구 분야는 이와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며 “국가 R&D를 통해 기초연구자들을 육성할 장기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R&D혁신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연구소의 거버넌스나 평가 잣대를 수시로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 R&D 혁신방안’을 발표했으며 지난 15일 이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실행 계획을 발표, 올해말까지 38개 추진과제에 대한 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