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착수한 분당서울대병원·SK텔레콤 컨소시엄의 사우디 국가방위부 소속 6개 병원 정보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첫 대상병원인 킹압둘라어린이전문병원 정보시스템이 지난 4월 19일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병원정보시스템 수출 분야에 한 획을 그었다. 착수에서 개원까지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내에서 3년간 진행한 차세대 프로젝트보다 더 긴장하고 힘들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많은 사람이 해외 구축사례도 없이 병원이 중심에 선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관심을 보였던 터라, 매일 전쟁 같았던 해외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요소를 되돌아보며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당연한 얘기지만 가능한 한 많이 사전준비를 하고 현지에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2010년 병원 차세대 프로젝트 시작 당시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다국어 지원 솔루션을 만들었고, 그 결과 해외 사업을 준비하기 전 이미 영문화 작업을 완료한 상태였다.

해외에 나가 우리 시스템의 장점을 보여주는 것만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한글이 가득한 화면을 들고 나가 일을 주면 그때부터 영문화할 테니 시스템 자체를 먼저 봐달라는 제안을 일부 국내 업체들이 하고 있다. 입장을 바꿔 우리가 발주한 프로젝트에 일본어 가득한 솔루션을 들고 나와 계약되면 한글화하겠다고 하면 그 업체에 눈길이나 줄 수 있을까. 이런 일은 국산 솔루션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아랍어권을 집중 공략 지역으로 정한 뒤 아랍어 구현을 위한 기술요소를 미리 개발하고 실제 시연에서도 아랍어 화면을 구현해 보여줬는데 이 정도 성의 없이 수백, 수천억 프로젝트가 성사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하늘을 향해 입만 벌리고 있으면 먹을 것이 떨어진다고 기대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다음으로는 수출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최소한 국제표준은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IT뿐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에서 기술의 원천성과 국제표준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만의 표준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어 특정 분야 산업 및 R&D를 왜곡하거나 호도해 외떨어진 섬처럼 만드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시스템은 2003년 개원 당시부터 여러 측면에서 표준 준수 노력을 했는데, 당시 일부 전문가는 이 시스템이 새로운 국가표준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고 미국 표준에 경도된 잘못된 시스템인양 비판하고, 심지어 해외로 국부를 유출하는 시스템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과연 그때 그런 비난에 굴복해 국제표준 준수에 공을 들이지 않고 여러 국제기구의 평가를 받지 않았다면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국제표준은 솔루션의 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스스로 시스템의 약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미 강력한 몇 개 벤더가 과점하는 의료IT 같은 산업에서는 새로 진입하는 신생 업체의 솔루션 질을 담보하는 우산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전문가 투입이다. 병원정보시스템의 최종 사용자는 병원의 모든 업무 담당자다. 언어의 차이가 있더라도 고객을 이해하고 설득하는데 가장 적합한 사람은 해당 업무 담당자다. 의사는 의사가, 간호사는 간호사가, 약사는 약사가 대화하고 설득할 때 가장 쉽게 합의점에 다다를 수 있다.

외국 기업처럼 IT회사가 의사, 간호사를 수백명씩 고용할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특히나 병원의 참여는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만들었으면 됐지, 왜 병원이 해외 사업에 직접 참여해 위험을 지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IT 산업의 현실상 병원 참여 없는 해외사업은 위험이 너무 크다. 전문가 투입은 개발인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서 실제 개발을 맡은 이지케어텍은 60여 명의 차세대 프로젝트 유경험자를 현지에 상주시키며 9개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개발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여러 일을 했다. 이런 전문가 투입에는 병원이나 회사 입장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데, 지금 정부에서 논의되는 여러 정책적 지원이 빨리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올 연말로 예정된 두 번째 병원 프로젝트를 위해 지금도 사우디에서는 수많은 우리 인력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에서 배운 경험을 통해 더 성공적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이 사업이 중동지역에서 ‘의료IT 한류’ 확산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정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