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튜링상’ 수상 스톤브레이커 교수]

컴퓨터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英 천재 수학자 튜링 기념해 만들어
올해 수상자 스톤브레이커 MIT교수, 관계형DB 개발한 빅데이터 선구자
덕분에 쌓여있던 정보 원하는대로 가공

스톤브레이커 교수 사진
▲ 스톤브레이커 교수

1946년 미국에서는 진공관 1만8800개와 저항기 7000개로 이뤄진 ‘에니악(ENIAC)’이라는 기계가 탄생했다. 무게 30t, 길이 25m, 높이 2.5m에 이르는 ‘최초의 컴퓨터’였다. 미사일 궤도계산용으로 개발된 에니악은 초당 5000번의 더하기를 할 수 있었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에니악의 회로 전체를 하나의 실리콘칩에 구현했는데, 칩의 크기는 가로 7.44㎜, 세로 5.29㎜에 불과했다. 거대한 방을 가득 채웠던 컴퓨터가 사람 손톱보다 작은 크기가 된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는 초당 3경(京)번의 더하기를 할 수 있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에서만 발전한 것이 아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장은 “컴퓨터가 복잡한 작업을 알아서 하도록 만들거나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쌓아놓을지 등에 대한 문제는 사람이 풀어낸 것”이라며 “이런 방법(소프트웨어)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오늘날의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혁신가로 올 4월 ‘2014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된 마이클 스톤브레이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꼽았다. 튜링상은 2차대전 당시 첨단 계산기를 발명해 독일군 암호 체계를 풀어내고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한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그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모델이자 ‘컴퓨터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튜링상은 1966년부터 미국컴퓨터학회(ACM)가 시상하며, 컴퓨터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스톤브레이커 교수는 1970년 데이터베이스(DB) 관리 기법인 ‘관계형 DB’의 개념을 주창한 공로로 이번에 상을 받았다. ACM은 선정 이유에서 “스톤브레이커 교수는 관계형 DB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여개의 회사를 직접 창업해 연구실의 기술이 상용화되는 데도 공헌했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중 앨런 튜링은 자신이 개발한 자동 계산기 ‘봄베(bombe·사진 왼쪽)’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컴퓨터의 원형(原形)인 이 기계가 나온 이후 튜링의 이름을 딴 튜링상 수상자들이 컴퓨터 발전을 주도했다. 구글 데이터센터(사진 오른쪽)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튜링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톤브레이커 MIT 교수가 개발한 데이터베이스 기술 덕분이다.
▲ 2차 세계대전 중 앨런 튜링은 자신이 개발한 자동 계산기 ‘봄베(bombe·사진 왼쪽)’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컴퓨터의 원형(原形)인 이 기계가 나온 이후 튜링의 이름을 딴 튜링상 수상자들이 컴퓨터 발전을 주도했다. 구글 데이터센터(사진 오른쪽)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튜링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톤브레이커 MIT 교수가 개발한 데이터베이스 기술 덕분이다. /구글 등 제공

임병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관계형 DB는 방대한 정보들이 각기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이라며 “필요할 때 DB에 있는 카테고리 사이의 관계만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를 뽑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관계형 DB는 차량 판매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어떤 차량을 언제, 얼마를 주고 샀다’는 식으로 복잡하게 저장하지 않는다. 구매자의 개인 정보, 차량, 판매 가격 등을 각기 다른 카테고리에 쌓아둔다. 판매 기록이 필요할 때는 ‘5월에 쏘나타 차량을 구매한 사람’처럼 카테고리별 정보를 입력하면 이것과 일치하는 기록을 뽑아낼 수 있다.

차 원장은 “빅데이터 기술처럼 과거에 쌓여 있던 정보를 원하는 대로 가공할 수 있는 것도 관계형 DB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스톤브레이커 교수 이외에도 튜링상 역대 수상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혁신을 이끈 선구자들이다. 2001년 수상자인 시르스텐 니가드 오슬로대 교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와 ‘C++’의 토대를 쌓았다. 2012년 수상자 샤피 골드바서 MIT 교수는 인터넷 사용자를 해킹에서 보호할 수 있는 암호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인 기계학습(딥러닝)을 개척한 하버드대 레슬리 발리언트 교수도 2010년 튜링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