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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머니볼(Moneyball)’.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메이저리그 최하위 팀이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 분석으로 미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쓴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8년 애슬레틱스 단장에 취임한 빌리 빈은 타율이 높은 타자, 삼진을 잘 잡는 투수를 믿지 않았다.

이른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통계 등 과학으로 야구를 이해하는 것)’를 바탕으로 타율이 낮아도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팀에 더욱 기여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부 연봉이 높은 선수를 내놓고, 값싼 선수를 여럿 사들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0~2003년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2002년엔 메이저리그 최다승(103승)을 거뒀다. 제한된 자금으로 구단을 과학적으로 운영해 혁신을 이뤄낸 ‘머니볼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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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IBM은 국내외 빅데이터 전문가들을 초빙해 서울 여의도동 IFC 빌딩 사무실에서 ‘빅데이터 좌담회’를 열었다. 빈 단장의 머니볼 혁명처럼 기업과 정부, 학계 등에서 빅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이날 좌담회에는 IBM이 빅데이터 활용으로 전사적 혁신을 이뤄낸 내용을 담은 책 ‘애널리틱스’의 저자인 브렌다 L 디트리히 IBM 왓슨그룹 부사장과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빅데이터연구원 부원장), 김경섭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디트리히 부사장은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솔루션 도입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명확한 성과를 염두에 두고 조직이 원하는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춰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안에 따라 즉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고, 5년이나 10년 단위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빅데이터 분석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보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계에서도 빅데이터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수많은 역사 자료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가는 ‘디지털 히스토리’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도 빅데이터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빅데이터 활용에 정보보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하다 보면 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에 적절한 선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트리히 부사장은 이날 좌담회를 마친 뒤 국내 언론과 한 간담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IBM의 다양한 혁신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IBM은 반도체 공장의 복잡한 제조 공정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율화했다”며 “제조 라인의 생산 시간을 15%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IBM 인사 부서는 맞춤화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원들의 이직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고용 유지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트리히 부사장은 “공급망 부문에서는 품질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해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보를 6주 전에 받을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연간 약 10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게 생각하되 작게 시작해야 한다(Think big, start small)”며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신속히 실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트리히 부사장은 “인지 컴퓨팅의 발달로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더욱 정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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