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균 / 서울대 교수, 빅데이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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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개막돼 나흘 동안 계속된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가 9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종 상을 휩쓸어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 제품 전시회인 CES는 새로운 가전 제품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세계 최대의 행사다.

자동차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전시된 현대자동차,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BMW i3가 전시된 삼성전자 전시장 등 국내 업체들의 전시장은 많은 국내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했다.

특히, 올해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좀 더 발전한 TV나 스마트폰보다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보여준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었다. 이중에서도 압권은 운전대를 완전히 제거한 파격적인 미래 자율 주행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준 벤츠 자동차다. 자동차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동안 탑승자들이 거실처럼 배열된 안락한 공간에 앉아 회의나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자율 주행 자동차는 통신망과 IoT 센서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외부 세계에 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스마트 전자 제품이다.

상품화를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CES에 선보인 미래 자율 주행 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의 영역을 위협하는 구글의 스마트카 프로젝트에 대한 자동차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 걸려 있는 제품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를 일컫는 IoT에 기반한 신제품들의 기능은 향후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초연결 사회의 실현이 가시화하면서 바야흐로 세계는 전통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거대한 혁신의 시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 창의적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있다. 경계 파괴의 창조적 혁신은 비단 자동차와 전자 제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지금 중국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포털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금융에 뛰어들었으며, 구글은 스마트카 프로젝트 경험을 살려 운전 보험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창조적 혁신가들은 기존 산업의 경계 속에서 안주하는 다수의 타성의 틈을 파고든다. 이번 CES에서 다양한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혁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기업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영역의 인재(人材) 영입과 존중 없이는 경계 파괴의 창조적 혁신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부 3.0’ 정신에 따라 산업 간 경계를 규제하는 칸막이 법령들을 정비해 기업들이 영역 파괴의 창조적 혁신에서 앞설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줘야 한다.

창조적 혁신의 중요성은 이번 ‘CES 2015’를 통해서도 새삼 확인됐다. 세계 각국과의 기술 경쟁, 영역 파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결코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R&D)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