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사 보기

[빅데이터 사업 키우는 SAP 독일 本社 르포]

스마트카·헬스케어 진출… 美 해군범죄수사국과 함께 범죄 분석·예방 서비스도
빅데이터 서비스 역량 활용, 시간·비용 적게 쓰고도 다양한 시장서 수익 올려10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90㎞ 떨어진 발도르프(Walldorf)시. 세계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SAP는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ERP(기업자원관리)·CRM(고객관리)·SCM(물류관리)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169억 유로(약 23조1219억원), 영업이익 55억1400만 유로(약 7조5440억원)의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빅데이터’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집중 투자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카·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것이 SAP의 원대한 계획이다.

스마트카·헬스케어·사물인터넷으로 사업 다각화

본사 인근에 있는 SAP 데이터센터는 이 회사의 빅데이터 사업을 상징하는 곳이다. 2동(棟)으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는 면적 8500㎡(약 2571평)로 독일에서는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1만7000여대의 서버 컴퓨터가 24시간 내내 가동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자체 발전소까지 마련했다.

1212 SAP1

이 데이터센터는 8만TB(테라바이트·1TB는 1024GB)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고화질 영화 4000여 편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여기서 저장·분석하는 데이터는 매일매일 변화하는 고객사의 재무·회계·재고 같은 경영 정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등 다양하다. SAP는 현재 독일·미국·캐나다 등에 16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4군데를 더 완공할 예정이다.

본사 건물에서도 SAP가 빅데이터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No.1(1번)’ 빌딩에 있는 ‘영감 전시관(inspirarion pavillion)’에서는 주력 사업인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스마트카·헬스케어·스포츠·보안 등 빅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소개됐다. BMW와 연계해 만든 스마트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각 운전자의 운전 습관, 주행 경로 등을 분석해 차량이 얼마나 마모됐는지, 이동 경로는 어디가 빠른지 등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또 운전자의 생활 습관도 분석해 취미·취향에 대해서도 추천한다.

빅데이터 시대의 구글을 꿈꾼다

SAP는 최근 미 해군범죄수사국과 함께 워싱턴DC 인근에서 범죄 분석·예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의 범죄 발생 데이터를 분석해 절도·폭력 등의 범죄가 어디에서 자주 발생하는지, 시간대는 언제인지 등을 분석해 지역·시간대별로 경찰 배치와 순찰 주기 등을 달리해 치안을 강화한 것이다.

1212 SAP 2

또 미국 프로농구·프로야구 선수 전원의 성적을 모아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게 지원한다. 구단이 선수 정보를 수집·분석해 활용할 수 있고, 팬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성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심지어 팬들이 팀 전력을 분석해 전략·전술 수립에도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화된 질병 예측·관리 시스템도 개발해 환자의 병력을 분석하고 암에 걸릴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SAP의 비욘 괴르케(Goerke) 수석 부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손잡고 모바일 기기에 SAP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에게도 편리한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1212 SAP3

SAP가 빅데이터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기존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자사가 가진 빅데이터 서비스 역량을 활용하면 시간·비용을 적게 쓰고도 다양한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AP는 최근 자사의 빅데이터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도 세웠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방해 수많은 개발자가 자유롭게 신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과 비슷한 구상이다. SAP 기술을 응용한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회텐 SAP 부사장은 “우리가 가진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시장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